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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AI와 사투리 문제: 지역 언어를 이해하는 알고리즘 개발의 과제

의료 AI 음성 인식, 지역 사투리는 왜 어려운가?

의료 현장에서 음성 기반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음성으로 진료기록을 남기거나, 의료진의 구술을 실시간으로 텍스트로 변환하여 전자의무기록(EMR)에 입력하는 시스템은 특히 진료 시간 단축, 문서화 정확도 향상, 업무 피로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기술이 모든 환경에서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드러납니다. 특히 한국처럼 지역 간 언어적 다양성이 높은 나라에서는, 표준어 이외의 사투리에 대한 인식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원도나 전라남도, 경상도 지역 환자가 증상을 표현할 때 지역 고유의 어휘나 억양을 사용하면, AI는 이를 표준어로 변환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의미로 해석해버릴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 불편을 넘어, 환자의 증상 전달 오류로 인한 오진, 치료 지연 같은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료 AI가 전국 어디서나 공평하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지역 언어(사투리) 이해력이 반드시 갖춰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어떤 기술적,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음성 AI의 기본 원리와 사투리에서의 오류 발생 구조

음성 인식 인공지능은 '딥러닝 기반의 음향 모델(acoustic model)'과 '언어 모델(language model)'을 결합해 작동합니다. 음향 모델은 소리의 파형을 분석하여 어떤 단어인지 추정하고, 언어 모델은 문장의 흐름을 고려해 말의 의미를 판단합니다. 하지만 이 모델들은 대부분 표준어 위주의 데이터로 학습돼 있기 때문에, 표현 방식이 다른 사투리를 만나면 정확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경상도에서 “숨이 탁 막힌다 아이가”라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호흡 곤란’을 의미하지만, AI는 이 문장에서 "아이가"를 ‘아이’라는 명사로 오해하거나 “탁”이라는 부사를 무시하는 식으로 오인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의료에서는 말의 뉘앙스나 강도도 중요한데, "쪼매 아프다"는 말은 "조금 아프다"지만 어떤 환자에겐 매우 심각한 통증일 수 있습니다. 이런 정서적 뉘앙스까지 반영하는 AI 인식력이 부족하면, 의사와 AI 간 협업도 원활하지 않게 됩니다.
또 다른 문제는 단순히 단어의 차이가 아니라 억양이나 강세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인식되는 경우입니다. AI는 보통 일정한 억양 패턴에 맞춰 훈련되는데, 지역 사투리는 동일 단어라도 억양이 다르고, 어미가 길게 늘어지는 경향도 있어 인식 정확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사투리를 이해하는 인공지능 개발의 기술적 과제

AI가 사투리를 정확히 인식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규모의 지역별 음성 데이터 확보가 필수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일반적인 표준어 데이터는 TV, 라디오, 콜센터 녹취 등을 통해 다량으로 확보할 수 있지만, 사투리는 공식적인 데이터로 존재하지 않거나 비정형적입니다. 특히 의료 문맥에서의 사투리 사용은 더욱 희귀하여, 환자 진술을 기반으로 한 지역별 의료 음성 코퍼스 구축이 시급합니다.
기술적으로는 AI 모델을 다중 사투리 학습(multi-dialect learning) 구조로 설계하거나, 특정 지역에 특화된 **로컬 언어 모델(localized speech model)**을 개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주 방언 전용 모델을 따로 학습시키는 방식인데, 이 경우 모델은 더 정확해지지만 유지관리 및 확장성 문제가 생깁니다.
또한, 현재까지는 대부분의 음성 인식 AI가 단어 단위의 해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문맥적 이해나 어조 기반 해석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의료 분야에서는 환자가 감정적으로 불안하거나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말을 하기 때문에, 표현의 비표준성과 감정적 변동성을 AI가 인지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사 보조’ 역할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단순 음성 텍스트 변환을 넘어, 감정 인식, 억양 분석, 문맥 기반 질의 응답 기능까지 포함된 통합형 AI 모델이 요구됩니다.

사투리까지 포용하는 의료 AI가 진정한 ‘디지털 의료 평등’을 실현합니다

의료 AI는 단순히 편리함을 제공하는 도구를 넘어서, **모든 국민이 동등한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돕는 ‘디지털 의료 복지 시스템’**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표준어 사용자가 아닌 지역 사투리 사용자까지 포함한 포용적 인공지능 개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 일부 병원과 대학에서는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하여 사투리 기반 의료 대화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한 딥러닝 학습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남대학교병원과 한 벤처기업이 공동으로 진행한 ‘의료 방언 AI 학습 프로젝트’는 전라도, 제주, 충청 방언이 의료 대화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데이터를 수집하여 AI에 학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실제 병원 현장에서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지만, 이를 전국적인 수준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과 기술 인증 체계 마련, 그리고 지역 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기술이 모든 사람을 연결하는 수단입니다. 그 연결이 공정하려면 언어도 공정해야 하며, 인공지능은 우리 사회의 모든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료 AI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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